조직은 어떻게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가

좋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쁜 조직을 알아야 한다.

John Cho
5 min readFeb 24, 2021
Photo by Matt Artz on Unsplash

반면교사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의미인 데, 어떤 게 좋은가에 대해 모를 때에는 가장 나쁜 사례를 피하는 것 만으로도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도 하다. 좋은 사례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최악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하여 건강을 유지해야한다는 사실은 좋은 사례 축에 속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건강이 헤쳐진다는 사실이 좋은 사례에 다가가기 더 좋은 접근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조직이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방법들을 정리하고 조직이 사람을 무력하지 않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글이 정답이 아닐 수 있고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내 경험을 공유하는 데에 더 집중해보려고 한다.

로드맵 제시하지 않기

어떤 제품이던 출시부터 수익, 성과로 이루어지는 로드맵이 존재해야한다. 어떤 제품은 초기에는 시장 장악에 초점을 맞추었다가, 어느정도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난 후에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도 하고 반대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니 짧게는 3개월도 좋고, 길게는 10년 단위도 좋으니 지속하여 제품 로드맵을 제시하고 회사 전체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제품은 빠르게 출시하여 검증하는 게 중요하지만, 어떤 제품은 처음부터 임팩트 있게 출시해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미 시장을 잠식한 제품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좋은 제품이 나와도 생각보다 기존 제품을 바꿔야 할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기존 제품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건 간단히 말하자면 모든 매니저의 숙제다. 로드맵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조직 내에서 제품 존재감은 조금씩 옅어지고, 그렇게 제품은 하나씩 사라져 간다.

수익 모델 만들지 않기

어떤 경우라도 수익 모델은 중요하다. 간접적으로 수익을 내는 제품이라면, 간접 수익이 어느정도 규모인 지에 대해서 이해하여 기대 수익을 측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앞으로 지속하여 수익을 어떻게 낼 수 있을 지 고민할 수 있다.

문제는 초기 시장 잠식을 위해 수익 모델을 고려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했다가 정작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하는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애매한 수익 모델로 애매하게 수익이 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일단 유저가 늘어나면 돈은 자동으로 벌리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지갑에서 돈을 끌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돈을 벌어야 조직의 재정이 건전하게 유지될 것인 지에 대해 지속하여 고민하고 연구하여야 한다.

협의 없이 결정하기

어떤 회사에서는 결정된 바만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기업 수준이 아니라면 어떤 경우더라도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의 없이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서로가 충분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는 상황일 때에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혹은 굉장히 민감한 주제 (주로 보상과 관련된 사항) 에 대해서만 통보 형식이 가능하다고 생각 한다.

매니저가 되어서도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조직은 생각보다 많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위임 문제가 강한 데, 업무는 주어지지만 내가 결정할 권한이 없는 경우도 많거니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피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 3.0> 에서는 위임 보드 (Delegation board)를 만드는 걸 권장하는 데 나도 그런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어떤 권한이 있고, 어디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지 정리하는 건 조직 초창기부터 결정하면 좋은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조직이라면 더욱 이런 영역에서 서로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문제 상황을 회피하기

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문제 상황을 접하게 되고, 문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하는 시점이 닥친다. 그런 상황에서 경영진도, 매니저도, 직원도 문제 상황을 회피하기만 하면 결국 남는 건 문제가 있는 상황 이라는 결과 뿐이다.

직원은 문제 상황을 피할 수 있지만, 매니저나 경영진은 명확하게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어떻게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하고 확실하게 결론을 맺어주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문제 해결이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조직원의 마음은 아주 천천히 조직에서 떠나게 된다.

조직이라는 이름의 소용돌이에서

얼마 전 요가 수련을 하는 데, 선생님께서 요가를 수련하다 보면 소용돌이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실 조직과 회사라는 소용돌이는 계속하여 돌아가고 있고, 나는 그 사이에서 어떻게 평점심을 유지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는 한낱 사람에 불과하다.

조직이라는 소용돌이에서 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직이라는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소용돌이는 계속하여 내 마음속에서 요동칠거고, 나는 그 요동 속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소용돌이가 너무 크게 왔다면, 그 소용돌이에서 빠져나가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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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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