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휴식을 찾아서

John Cho
5 min readNov 15, 2020

--

지금에 들어서는 무엇에 쫓겨 살았나 생각되기도 하지만 내 지난 시간은 꽤 쫓겨 사는 생활이었다. 커뮤니티 생활이란 걸 하다 보니 다른 사람에 비해서 유명해졌고, 다른 사람에 비해서 유명해지니 나를 롤 모델로 삼고있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났다.

나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이미 많은 측면에서 업계의 선배라는 입장이 되어가고 있었고, 언젠가 정신 차려보니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인간은 언제고 주니어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주니어에 대해, 혹은 시니어에 대해, 혹은 테크 리드에 대해, 혹은 매니저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는 않겠다. 사람에 따라서도 다르고, 회사에 따라서도 다르고, 산업에 따라서도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내 짧은 경험으로 그 구분을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짊어져야하는 짐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기에 그동안 꽤 바쁘게 살아왔다. 근무 시간을 다 사용해서 초과 근무를 한다거나, 초과 근무를 하면서도 시간이 부족했던 적이 꽤 잦았던 걸로 기억한다. 어쨌든 일이라는 건 주어지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처리하지만, 어떻게든이 더 좋은 방향이라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데에서 그 허공함을 채우기도 했고, 운동에 무리하게 집착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데에 집착하거나, 어쨌든 어딘가에 내가 필요한 곳을 집요하게 찾아 헤매는 경향이 있었다. 현대인들은 번아웃이 온 상태로 그저 달려가는 기차에 탑승한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 기차에 계속 탑승하고 있으려면, 어디서든 탑승할 이유를 찾아야만 했고, 그 일이 곧 무리한 무언가로 다가왔다. 언젠가 다시 이 날을 돌이키면 후회하는 날도 당연히 있겠지만, 나는 나에게 잃어버린 휴식을 찾아주기로 했다. 잃어버린 휴식이란 단순히 주말에 휴식을 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일이 무엇이고 불필요한 일이 무엇인 지 정리하는 행위에 가깝다.

적어도 커뮤니티 활동을 그만 둘 생각은 없다. 이는 나를 이루고 있는 근간 중 대부분이 커뮤니티 활동에서 왔으며, 내가 그동안 커뮤니티에서 받았던만큼 다시 커뮤니티에 돌려줄 수 있어야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태계란 오롯이 받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누군가에게 줄 때 비로소 건강해진다. 순환이 이루어지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나서야 할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다만 어느 커뮤니티를 활동 근간으로 둘 지에 대해서는 정리가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가치가 커뮤니티에서 오고 있다면 그 상황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사람은 오롯이 나 자신에게서 가치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근간에 커뮤니티가 없어도 오롯이 나라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커뮤니티를 그만두고, 많은 이들이 다시 커뮤니티를 시작한다. 나는 커뮤니티의 시작을 보았고, 커뮤니티의 끝도 보았다. 모든 일에 시작이 있다면 언젠가 끝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끝이 있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잘 끝내는 것이 잘 시작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운동에 대해서는 너무 무리해서 운동을 하는 일을 경계하기로 했다. 몸이란 자신이 무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너무 티가 나지만, 좋은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엔돌핀이 돌아서 자신이 무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운동에 너무 매몰될 필요도 없고, 운동을 너무 꺼려할 필요도 없다. 어디까지나 적절한 수준의 운동을 취미로서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나는 이 루틴을 주 미랭3회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요즘 크로스핏을 다시 해볼까 생각 중이다)

체력이 생기는 건 비단 일상이 여유로워지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감이 생기는 측면에서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비례 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높아지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도 많이 줄어든다.

그러니 중요한 점은 어느 수준이 자신의 생활에서 가장 적절한 운동 수준인 지 이해하는 점이다. 나는 계단으로 걷는 데서 시작해서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은 3대 500을 목전에 두고 있다. 언젠가 3대 500을 달성하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인생의 목표를 너무 강하게 잡지 않는 것이다.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는 중요하지만,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 본인의 현재 행복을 놓친다면 미래에 안좋은 방향으로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하는가보다, 어떤 일을 해야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짧은 성공이 행복을 불러오고, 행복이 이어지면 큰 행복이 뒤따른다.

어떤 일은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어떤 일은 내 뜻대로 되기 때문에 결코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일희일비하지만 말이다).

올 해 코로나가 닥치면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정말로 많아졌고, 그로 인해서 우울감을 많이 느끼기도 했다. 그 시점에 운동을 시작하고, 이직을 준비했던 건 내 삶에 큰 도움이 되었었다. (어떤 분들에게 이직은 어렵다는 걸 들은 바 있어 이 이야기는 조심스럽다.)

이제는 다시 잃어버린 휴식을 찾아야 할 때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쫓기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

John Cho
John Cho

No responses y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