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er 🥑, Technical Program Manager

개발과 비즈니스, 그 사이에서

2019년 8월 19일부터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접어두기로 했다. 이 기간이 얼마나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개발자로서 삶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 주기적으로 개발 공부를 하고 연구하는 행위는 지속하고 있다.

아래 글이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주기적으로 이런 글을 올려 보려 한다. 딱히 시리즈는 아니니 편하게 읽어주면 좋겠다.

Why

내가 잘 하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한 기간은 그리 짧지 않다. 개발자로서 가치관이 확립되어가고 있었지만 시장에서 바라는 개발자가 아니라는 것 또한 어렴풋이 알고있었고, 시장에서 살아남기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자주 발견했다.

나는 뛰어난 개발자란 비즈니스의 요구사항과 기술적 요구사항을 잘 접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정한 기술을 적절한 곳에서 사용하고, 기술부채를 감안하더라도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는 빠르게 움직이는 등의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로서 살아가는 기간동안 끝없이 나 자신과 싸웠던 것은 ‘나는 개발에 정말 흥미가 있나?’ 라는 것이었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커리어를 고민하기에 20대 초반의 나는 너무 경험도 없었고 지식도 없었다. 개발자로서 삶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했다. 하지만 열심히만 해서는 잘하기 힘들었다.

Better

개발자로서 잘하는 일이 개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하는 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고민을 했지만 결론은 ‘개발을 못하는 개발자는 가치가 있는가?’ 로 귀결되어 고민의 깊이는 점점 깊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내가 잘 하는 일은 무엇인 지, 내가 하고싶은 일은 무엇인 지 주기적으로 고민하여 내린 결론이 개발자가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 이었다. 혼자 일한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는 여럿이서 함께 일해왔기 때문에 일을 중간에서 조율해주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한다고 생각한 일은 이렇다.

1. 새로운 기술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장단점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
2. 내가 알고있는 지식을 공유하는 것
3. 여러개의 일이 얽혀있을 때 어떤 것이 우리의 핵심 가치에 맞는 지 체크하고, 핵심 가치에 맞는 것 우선으로 처리하는 것
4. 다른 사람의 불만을 들어주는 것
5.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러니 개발자가 개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나는 주기적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는 걸 알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이 여러개 얽혀있을 때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고, 현재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가 고민하는 것도 잘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모르면 물어보려고 했다.

So

지금은 🥑, Technical Program Manager, Tech Staff, Developer Relations, Technical Strategy 등으로 네이버에서 일하고 있다. 바쁘지만 재미있게 일하고 있고, 나름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을 때 나를 휘감고 있던 수많은 불안감은 아무렇지않게 사라졌고 그저 바쁜 것 하나만 남았다.

개발자 커리어가 개발자 하나만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발자 커리어가 개발자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개발을 알기때문에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 그 가치를 여러분들이 알면 좋을 거 같다.

그리고 항상 자신에게 맞는 커리어를 찾아나가길 바란다. 개발이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는 빠르게 다른 것을 찾아라. 거기에 당신의 길이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