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깎던 노인을 변호하다.

John Cho
5 min readNov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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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시대가 변해도 메타포가 되어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마련인데, 방망이 깎던 노인도 그런 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글은 읽는 사람이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서 그 글에 대한 가치가 바뀌기도 하고,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방망이 깎던 노인은 현대에 들어서는 장인 정신을 나타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장인 정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여러 의미를 가지게 되며, 그 과정에서 의미가 변질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글에서 방망이 깎던 노인으로 대표되고 있는 장인 정신에 대해서 변호해보려고 한다.

’좀 싸게 해줄 수 없습니까?’

방망이 깎던 노인에서 첫 대목은 가격을 에누리 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적정 수준의 가격이 어느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시장이 결정하겠지만, 좋은 제품은 여러 기반 비용으로 인해서 가격이 비싸질 수 있다.

그러니 어떤 사람이든 제품의 품질에 따라서 가격을 더 지불할 수도 있고, 가격을 덜 지불할 수도 있다. 품질이 나쁘지만 가격이 비싼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고, 품질이 좋지만 가격이 저렴한 제품은 시장에서 오래동안 유지될 것이다.

결국 화자는 그 금액을 내고 방망이를 구매하지만, 후에 방망이를 그 금액에 구매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제품의 품질이 그 금액을 지불할만큼 좋은 품질을 가지고 있다면 가격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는다.

좋은 비즈니스와 좋은 제품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동반한다. 좋은 제품은 좋은 이해 관계를 만들어내고, 이해 관계가 결국 수익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러니 비즈니스와 제품은 뗄레야 뗼 수 없는 관계이다.

다만 화자가 제품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처음부터 가격을 에누리하려고 했던 점에 대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미스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게 언제나 일정 문제는 중요한 문제로 이어진다. 제품은 적절한 출시 시기라는 게 존재하고, 그 시기를 놓치면 다음 시기가 언제 올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조직이 실패하는 것 중 하나는 적절한 수준의 제품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제품의 기능만을 나열한다는 것이다. 어떤 기능은 중요한 기능이지만 어떤 기능은 덜 중요한 기능일 수 있다. 그건 제품을 이용하는 사용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누구이며 이 사용자가 어떤 기능을 선호하는 지에 대한 선제 조사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핵심 기능과 핵심 가치가 결정되고, 어떤 기술이 가장 적절한 지 고를 수 있게 된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핵심 가치나 기능이 바뀔 수도 있지만, 처음 생각했던 핵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간단한 작업이 될 수 있다.

핵심 가치와 핵심 기능에 대해서 팀 전체가 같은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팀은 아직 핵심 가치를 다 이루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데, 비즈니스에서는 핵심 가치가 다 완성되었으니 출시해도 된다 이야기할 수도 있다.

개발자에게 중요한 가치가 비즈니스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팩토링이 왜 필요한 지, 리팩토링을 통해 어떤 비즈니스 가치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개발자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 기능을 구현하는 게 리팩토링보다 중요한 과업이며, 리팩토링보다 우선시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비즈니스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는 리팩토링과 기능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사실 더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게 된다)

좋은 제품이란 고객을 만족시킬 수도 있어야하지만,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만족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방망이 깎던 노인도, 방망이를 구매한 화자도, 방망이를 사용하는 화자의 아내도 모두 행복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비록 시간이 당장은 더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좋은 제품은 분명히 시간을 절약시킨다. 그러니 지금 당장 좋게 만드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이 글에서 화자는 꽤 많은 영역에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곧 판매자이기도 하여 발생하는 문제라고도 생각한다.

  1. 제품의 가격 정책 (더 싸게 주십시오)
  2. 제품의 일정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3. 제품의 품질 (살 사람이 좋다는 데 무얼 더 깎는단 말이오)
  4. 위협적 어휘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나가는 데 이런 장애물들이 발생할 수 있다. 수필 속의 노인이 퉁명스럽게 이야기한 건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침범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 생각되기도 한다.

좋은 매니저는 제품을 만들 때 적절한 인물에게 위임하고, 위임하고 나서는 적절한 수준에서 도움을 줄 뿐 그 사람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침범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각자의 전문 분야가 존재한다는 걸 인지하고, 그 전문 분야에서 필요한 영역을 지원해줄 수는 있지만 결코 그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된다. 영역을 침범하는 순간이 오면 침범을 한 사람도, 침범을 당한 사람도 서로 좋지 못한 결과를 불러온다.

그러니 조금 더 그 사람을 신뢰하고 맡겨보되, 일이 잘 진척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만 지속하여 체크해보는 게 좋겠다.

어떤 영역이던 서로의 영역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 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좋은 제품이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서로의 영역에 대한 이해를 하고자 노력해야 하고, 더 나아가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실존 인물이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외부의 강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낸 노인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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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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